21장
문화의 작은 도랑을 파라
캘리포니아 주 산타크루스 산맥에서 펼쳐지는 겨울철 풍경이 있다. 내가 사는 지역에서는 겨울에도 눈 구경을 할 수 없다. 보통은 비가 많이 내리고, 가끔은 11월 말 추수감사절을 전후해서 내린 비가 춘삼월까지 계속된다.
캘리포니아 산악지대는 울창한 삼나무 숲으로 유명하다. 삼나무 숲은 인간이 그곳에서 무언가를 건설하기 시작한 것보다 훨씬 오래전에 유수(流水)에 의해 형성되었다. 산악지대에 집을 지으려면 지반부터 점검해야 한다. 암반일까? 아니면 점토 지반일까? 지진이 발생하면 얼마나 움직일까? 많이 움직인다고? 좋다, 그럼 땅을 아주 깊이 파서 철근과 콘크리트로 채우면 단단한 기초를 세울 수 있겠어.
그럼에도 물 문제는 여전하다. 내가 ‘물’이라고 하니 아마도 당신은 마시는 물을 생각했을 것이다. 또는 집 근처에 있는 커다란 호수나 저수지를 떠올린 사람도 있을 것이다. 심지어 파도가 일렁이는 바다를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말한 물은 그런 물이 아니다. 그저 빗방울이 되어 하늘에서 떨어져 언덕을 타고 흘러내리는 물이다. 단순한 그 동작이 몇 시간, 며칠, 몇 달, 몇 년간 이어지면 토양을 침식시킨다. 표층의 헐거워진 토양이 흐르는 물에 씻겨 물과 뒤섞여 흐른다. 중력의 법칙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우기가 되면 단단했던 땅이 물을 흠뻑 머금어 걸쭉한 액체가 될 수도 있다. 그렇게 진흙 상태가 되면 중력과의 관계도 달라진다. 이제는 단순한 물줄기가 아니다. 전문 용어로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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